20대 때 친구들에게 농담처럼 했던 말이 있다.
"나는 나중에 늙으면 부동산에서 바둑 두면서 노년을 보내고 싶다."
바둑도 못 두고, 부동산의 '부'자도 모르면서..
그때 생각으로는 그 장면이 나름 평온하게 느껴졌기 때문이겠지.
말이 씨가 된다고,
나이가 들면서 작은 회사에 취직을 하고 업무가 익숙해질 때쯤
막연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시작한 것이 공인중개사 공부였다.
물론 공부를 하다가 포기하고,
원서 접수를 하고 취소하기도 하고,
시험 보러 갔다가 1차만 찍고 나오기도 하고,
여하튼 몇 년은 그냥 말로만 준비를 했다.
본격적으로 공부다운 공부를 한 것은 삼십대 후반, 직장 상사의 조언 아닌 조언 때문이었는데..
"노안 오기 전에 공부해야 된다."
노안이라니..나이 들어가는 것에 서글픔을 느끼기도 전에 노안을 걱정할 나이가 되다니..
흘려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문득문득 떠오르는 저 말 때문에 퇴근 후 공인중개사 자격증 공부를 제대로 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하는 공부가 힘들었지만, 그때마다 내년에 또 공부 하기 싫다는 생각으로 계속했는데, 1, 2차 동시에 공부하는 것은 무리였을까? 능력 부족이었을까?
시험 전 2차를 포기하고, 1차만 공부했고 어찌저찌 합격했다.
다음 해에 2차 시험을 봐서 드디어 합격.
'노안이 오기 전에 해냈구나'

지금도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
여전히 나는 바둑을 못 두고, 부동산의 '부'자도 모른다.
다행인 점은 아직 노안도 오지 않았다는 것.
그래도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아~~주 조금, 티도 안 나지만 먼지만큼 덜었다는 게 달라졌다면 달라진 점이랄까?